
낯선 용어, 낯선 분야, 처음 보는 사람들. 그 불편함.
오늘 하루도 그랬다.
난생 처음 여수라는 곳에 와서, 하루 종일 '에아 콤프레샤, 압출기' 같은 용어와 씨름을 했다. 또 EP는 뭐고 ABS는 뭐람. 애초에 원리를 모르는 상황에서, 언어적으로 주어지는 정보만 가지고 통역을 하기란 참 힘들다... 이게 이렇게 했을 때 왜 압력이 올라가고 에너지 낭비가 심해진다는 건지 난 잘 모르니까, 그냥 들리는 대로 해야 하는데 정치나 외교같이 좀 공부를 하면 익숙해지는 분야에 비해 그 불안불안 하기가 훨씬 더 심하니까.
낯선 사람들도 힘들다. 어떤 성격인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 사회 맛을 보기 전까진, 내가 낯을 가리는 편이라는 걸 몰랐던 것 같다.
이상하게도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만 전전하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낯설어 하고 있는 걸 숨기고 비즈니스적으로 친절하게 대하기' 스킬은 나아지지만, 속은 움츠러든다. 불편하고 눈치보인다.
잡스코프에 대해 선을 긋기도 힘들다. 저녁 드시고 들어가라는 데 낄 정도 붙임성도 아니거니와 (자리에 가서는 붙임성 있게 행동할 수 있지만 속으론 불편불편) 가서도 결국 내가 하는건 무료 통역 봉사일 때가 많지.
힘들다.
약간 다른 분야로 이직을 눈 앞에 두고 있어서 더 마음이 떠 있는 걸 수도 있다.
난 왜 아직도 사람이 제일 어렵고 힘들까... 하는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우울해졌다.
호텔방으로 돌아와서 난, 그래도 출장생활의 즐거움을 누리려고, 수건 풍풍 쓰기 스킬을 시전하며 샤워를 마치고 현재 얼굴에 팩을 붙이고 있다.
(매일 얼굴에 붙일 팩을 준비해가고, 버려도 되는 신발을 준비해가는 건 출장 짐싸기의 묘미. 떠날땐 훨씬 가볍게 떠날 수 있다.)
그래. 일단 한 숨 자고, 자료 한 번 읽으면서 빡세게 공부를 하면 좀 익숙해지겠지.
그리고 또 하나,
You know how to punch harder. 내가 제일 싫어하는 방식이네? 그래, 니가 갑이고 내가 을인가보다. 그래도 시기는 썩 나쁘지 않구나.
+ 어쩌면 이번 일은 내 통역사로서의 고별무대가 될지...도 모른다. 아름답게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이 강했었는데 점점 기분이 이상해지네.
진로에서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나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 휘둘리는 이유는 뭘까?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한테 잘하고 있다고, 걱정 말라고 한다.
그냥 귀찮아서 하는 소리건, 아님 진심이건, 싫다! 난 어딘지 속이 고장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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