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광수_美에 대하여 light-up: 예술 소비

美에 대하여...는 새내기 시절 쯤 읽었던 것 같다. 뭔가 엄청 야하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한 번 보자하고 학교 도서관에서 마광수의 책들을 빌려다 읽던 시절.
대개의 경우, 그의 '야한' 기준은 내게는 야하다기 보단 혐오스러운 수준에 가까울 때가 많았으면서도, 은근히 내가 생각하는 '美'와 그가 생각하는 '美'가 통하는 뭔가가 있어서 충격을 받았었다.
특히나 여기 이 글, '미에 대하여'는 내가 생각하는 미와 참으로 통하는 데가 있었다.
보편적인, 누구나 수긍하는 아름다움이 아니면서도, 기괴하고 특이해서 아름다운 것. 읽으면서 글의 아름다움 그 자체에 반했었는데, 오늘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열심히 찾아다 긁어붙여 본다. 어딘지 변형된 곳이 있고 특이하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어야 아름다운 것 같다, 나는. 표준규격으로 맞춰놓은 것은 아름답지 않다.

*글 올린 것 수정하다가 다시 보니 정말 명문장일세.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것은 모두 다 아름답다"라니, 전 공감해요, 교수님. 그리고 글 마지막 부분을 "~한 여자 등등."으로 끝낸 것, 굉장히 모던하지 않아?

미(美)에 대하여
                 마광수
혼혈적(混血的)인 것은 아름답다. 동양적인 얼굴과 금발로 염색한 머리는 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성형수술로 쌍꺼풀을 만들고 코를 높여 동양적인 얼굴을 억지로 서양적인 얼굴로 만든 여성은 그 어색하고 안쓰러운 조화감 때문에 오히려 관능적 매력을 풍긴다.


짝짝이인 것은 아름답다. 사팔뜨기 여인의 눈은 섹시하다.좌우의 길이가 다르게 커트한 '언밸런스 스타일'의 머리도 섹시하다. 손톱마다 다른 색깔의 매니큐어를 바른 여인, 특히 새끼손톱이나 엄지손톱을 다른 손톱보다 유난히 길게 기른 여인의 손도 섹시하다.


귀고리를 한쪽만 달거나, 양쪽 귀에 서로 대조적으로 다른 모양의 귀고리를 한 여인도 관능적이다. 왼발과 오른발의 구두를 각각 다른 색으로 신은 여인도 관능적으로 보인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은 모두 다 아름답다. 비수처럼 뾰족한 손톱, 송곳 같이 뾰족한 굽의 하이힐, 날카롭게 뻗은 고양이의 수염, 눈 가장자리로 길게 뻗어나간 푸른색의 아이라인 등등.


어쩐지 으스스하고 그로테스크하게 보이는 것은 모두 다 아름답다. 초록색이나 붉은색또는 흰색으로 염색된 머리카락, 흑장미색의 립스틱을 짙게 바른 여인, 금속성의 번쩍이는 푸른색 아이섀도를 눈두덩에 넓게 펼쳐바른 여인, 눈썹을 아예 밀어버린 여자, 젖꼭지에 링을 달아맨 여자 등등.


불안하고 아슬아슬한 것은 모두 다 아름답다. 얼기설기 끈으로만 매어져 금방 흘러내릴 것 같아 보이는 비키니 수영복 또는 탱크탑 스타일의 야회복, 당신이 눈물을 글썽거려 짙디짙은 눈화장이 엉망으로 얼룩져버릴것만 같은 위기의 순간, 임자있는 여자와의 데이트, 팬티 없이 치마나 바지만 입고 다닐 때의 기분.

엿보이는 것은 아름답다. 속이 훤히 비치는 시퐁 옷감으로 만든 드레스를 입은 여인, 엉덩이 부분부터 아래로 찢어져 내려오는 롱스커트를 입은 여인, 엷은 연기빛 선글라스를 통해 들여다보이는 여인의 그윽한 눈동자.


양복 깃을 올려 목과 얼굴을 살짝 가린 여자는 아름답다. 머리카락을 늘어뜨려 이마와 두 뺨을 가린 여자도 아름답다. 쇼트 커트로 얼굴을 온통 드러낸 여자는 징그럽다. 무섭다. 너무 비밀이 없다. 엿보이는 것이 없다. 그래서 당당해 보이긴 하지만 관능적이지는
않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자는 무조건 아름답다. 가슴을 깊게 파 젖가슴을 반쯤 드러낸 여인, 스펀덱스로 된 초미니 스커트를 입어 앉아있을 때 팬티가 살짝살짝 드러나는 여자, 골반 바로 위부터 젖가슴 아래까지 훤히 드러나는 배꼽티를 입은 여자, 젖가슴은 가릴 수밖에 없어도 등을 허리까지 넓고 깊게 판 옷을 입은 여인 등등.


불편한 것, 불편해 보이는 것, 아니 일부러 불편하게 한 것은 모두 아름답다. 엄청나게 길게 길러 휘어진 손톱 (그녀의 손이 감미로운 권태감으로 불편해 보인다), 무지무지하게 높은 굽의 하이힐, 너무 좁고 꽉 껴 걸어다니기도 불편할 정도의 초미니 타이트스커트, 팔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팔찌, 목이 기형적으로 가늘고 긴 여인, 그 여인의 목에 꽉 죄게 매어져 있어 목을 마음대로 돌릴 수 없을만큼 무겁고 폭이 넓은 개목걸이, 두 발목 사이를 체인으로 이어놓아 불편하긴 하지만 우아한 걸음걸이를 도와주는 족쇄모양의 발찌.


과장적이거나 인공적인 것은 모두다 아름답다. 칫솔처럼 길고 두텁고 뻣뻣하게 뻗어나간 인조속눈썹, 머리카락을 미칠듯이 부풀려 머리통이 가분수처럼 커보이는 여자, 눈 위쪽보다 눈 아래쪽에 더 긴 인조속눈썹을 붙인 여자, 얼굴에 순백색의 파운데이션을 두텁게 발라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보이는 여자, 머리카락들을 모두 위로 솟구치게 하고 거기에 풀을 먹여 에펠탑처럼 뾰족한 헤어스타일을 한 여자, 눈에는 황금색 콘텍트렌즈를 끼고 입술엔 하늘색 립스틱을 칠한 여자, 땅에 질질 끌릴 정도로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여인, 10cm가 넘는 긴 인조손톱을 붙인 여자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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